2013년 6월 4일 화요일

시소설- 초대받은 과부

오늘도 역시 슬픔에 잠긴 채
넋을 잃고 바다를 바라보는 과부의 집
창가에 한 마리 갈매기를 날려보내
소식을 묻는 이가 있어
남해바다 아침 파도소리 마저
한결 푸르게 느껴지더니
그예 언덕 위의 하얀 집으로
팔짱 끼듯 이끌어 초대하는구나
회랑벽에 걸린 평생 그린 그림 마다
낯선 그대 숨결을 맡을 수 있었는 데
이는 인사동 골동상 한 죽은 남편한테
미술품 감상에 대해 조금 배웠기 때문,
몇해도록 몰두한 소설이 빛을 보지못해
재능을 탓하며 상심한 여인에게
그림은 새로운 예술 혼으로 날아와
어느새 순백의 날개를 퍼덕이니
여인의 얼굴에 오랜만에 홍조가 돌아
이 모든 예기치 않던 조화,
먼저 하얀 국화꽃속으로 떠나간 님이
누구를 위해 미리 걸어둔 사다리인가
새롭게 펄럭이는 하늘앞에 떨리는 마음,
부끄럽지않게 그의 손을 잡으려 하니
묘지 근처 모이를 쪼으던 비둘기,
어느새 붉은 솔밭 너머 날아가는구나
지중해의 구렛나룻 파바로티를 닮아
당장 청하기만 하면 내가 좋아하는
´오, 솔레미오´를 바다 향해 부를 듯
그의 목청은 시원하고 서늘한 것은
맺고 푸는 것이 분명하기 때문일지나
어리숙해 보이는 커다란 눈망울은
헤밍웨이의 우울한 혼이 담겨 있어
가까이 다가서기 어려운 큰 두려움에
한 발 뒤로 물러나서 지켜보기만 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