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28일 금요일

진료일지

그는 언제나 바쁜 사람이다
다소 불규칙적이고
즉흥적인 면이 많지만
어찌됐든
그의 시간을 뺏는 일은 쉽지 않다
이제 그의 증세에 대한
나의 오진을 인정하기로 한다
지금껏 과대망상으로 몰아세운,
단 일 분도 몸을 가만두지 못한다든가
내게 욕설을 퍼부으며
같은 이름을 반복해 떠든다든가 하는.
그렇지만 그의 기억 한 부분을
영원히 삭제시켜야 한다는 나의 생각엔
변화가 없다
전보다 더 신중을 기해
그 기억 속으로 접근해 보는 수밖에…….
주문했던 거울이 도착했다
언제나 같은 얼굴의 배달원은
언제나 같은 표정으로 돌아선다
그를 만나러 가는 길은
매우 조심스럽다
나에 대한 원망과 경계의 눈빛은
아직도 강렬하다
그가 다가온다
언제나 나와 같은 걸음으로
한 걸음씩 한 걸음씩
한번의 어김도 없다
다가서는 그의 걸음이 발라지는 것을 보니
또 같은 증세를 보일 것 같다
도대체 그의 한은
얼마나 깊은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