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24일 수요일

참 예쁜 너 - 김수란 -


남자 앞에서는

크게 입벌리지 않는 것이라며

그 좋아하는 햄버거도

내 앞에서는 먹지 않았던 아이.

우연히 지나가는 것을

보았을 때는 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여자는 치마를 입는 거라며

내 앞에서는 치마만 입던 아이.

하루는 편지 세 통이

한꺼번에 왔길래 물어보니,

아침에는 생각이 나서 안부 편지로 쓰고

점심에는 내 편지 받아 답장으로 쓰고

저녁에는 잠이 오지 않아 썼다고 했던 아이.

여러 날 소식이 없어 전화를 걸었더니

여드름 갑자기 얼굴에 나서 못했다고 말해

너도 여자라는 걸 새삼 느끼게 해주던 아이.

레스토랑에서 식사하고 난 후

˝잠깐,화장실 좀˝하고 일어나

카운터로 가서 계산하고

계산은 먼저 일어선 사람이 하는 거라고 말하던 아이.

자신이 나에게는 부족한 여자라며

이별을 선언하고는 눈물 흘리며 떠난 아이가

다음날˝야, 커피 한잔 사줄께,나와˝하면

웃는 얼굴로 뛰어나와

어제 본 영화가

너무 감동적이더라 하며

얼굴 붉히던 참 예쁜 아이

자기 친구들과 처음 만난 자리에서

친구들이 나에게 바가지 씌우려고 하면

톡 톡 튀는 신세대는

Dutch Pay하는 거라며

신세대 강의론을 말해 주던 아이.

내 친구들과 처음 만났을 때

친구들이 나의 없는 흥 만들어 말하면

큰 일을 할 사람은 욕도 얻어 먹는 법이라며

푼수짓도 서슴치 않았던 아이.

재수시절 도서관으로

점심시간만 되면 찾아와

친구들 점심까지 사 주고 가던 아이.

지금도 문득,문득 옛 생각이 떠올라

너를 닮은 다른 사람을 찾아보지만

언제나 나에게는 너 하나밖에 없었구나 라는

생각을 갖게 해준 아이

나에게 슬픈

추억이란 이름의 마지막 선물을 주고간

참 예뻤던 아이,˝너˝

*참 예쁘다.. 정말..

누군가에게 그 무엇으로 남는다는 것..

정말 힘든 일인것 같다..

그래도 행복하겠당..

저렇듯 예쁜 모습만 아름답게 기억해주고 있으니..

나도 예쁜 모습만 기억하게 해주고 싶었는데..^^

미운 모습만 잔뜩 보여준거 같아서 조금은 속 상하다..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예쁜 모습만 기억하게 이쁜 모습만 보여주고 올텐데..

다시 그때로 돌아갈수만 있다면..

그냥.. 예쁜 모습만 잔뜩 보여주고 돌아올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