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26일 금요일

꼭두서니

당신으로부터
내 온몸의 뼈까지 물들고 싶어서
그늘진 야산이나 들판의
꼭두서니를 찾는 것이다
불혹을 넘어선 여러해살이 풀
당신의 심장 같은 화관에
원추꽃차례로
당신의 머릿결 같은
향기로운 꽃도 피고
당신이 좋아하는 밤하늘처럼
검은 열매도 맺혔단다
당신의 새초롬한 눈빛 같은
작은 가시도 돋아났단다
꼭두서니, 당신의 키만큼 커서
당신의 사랑처럼 뿌리는 붉으니
독약 같을 것이다
당신의 생각을 미리 알아챈
내가 꿀꺽 삼켜서
내 몸에 열린 단단한 돌도
불처럼 녹힌단다
당신에게 받은 상처의 피도
순식간에 얼려 멈추게 한단다
내가 또 당신을
붉게 물들이고 싶어서
꼭두서니 당신의 옷속까지
당신의 마음속까지 침투하고 싶어서
당신의 뿌리를 파헤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