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9일 화요일

순례의 서 -오규원-

종일 바람에 귀를 갈고 있는 풀잎.
길은 늘 두려운 이마를 열고
우리들을 멈춘 자리에
다시 멈추게 한다.

막막하고 어지럽지만 그러나
고개를 넘으면 전신이 우는 들.
그 들이 기르는 한 사내의
편애와 죽음을 지나
먼 길의 귀 속으로 한 사람씩
낯?들어가는
영원히 집이 없을 사람들.

먼 길의 귀 속으로 한 사람씩
낯?들어가는 영원히 집이 없을 사람들.

바람이 분다, 살아 봐야겠다.

바람이 분다, 살아 봐야겠다.

무엇인가 저기 저 길을 몰고 오는
바람은...
저기 저 길을 몰고 오는 바람 속에서
홀로 나부끼는 옷자락은...
나를 오래 어두운 그림자로 길가에 세워 두는 것은...
그리고 무엇인가 단 한마디의 말로
나를 영원히 여기에서 떨게 하는 것은...

멈추면서 그리고 나아가면서
나는 저 무엇인가를 사랑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