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21일 일요일

어떤 풍경 [정해종]


어떤 풍경

지은이: 정해종
누군가 소리 소문 없이 세상과 등돌리고
좁은 골목길을 영구차가 빠져 나갈 때
에라 모르겠다는 저 대성통곡과
쯧쯧, 죽어라 고생만 하더니, 하면서
슬몃 제 옹이 박힌 손등 바라봄과
난 모르겄소, 멀뚱멀뚱 눈물 고이는 하품 사이에
먹다 남은 생선처럼 비릿하게
저들과 저의 생이 있고요
드러난 생선뼈 같은 고육의 날들이 있습니다
지난 여름 백담계곡 청청한 물에
머릴 헹구며 열망의 비듬들 흘려보낸 후론
이명주에 귀가 밝아지듯 머리가 맑아지데요
텅 빈 갈빗대 사이로 바람이 들어
헤헤거리며 지나왔지요, 여기까지

딱딱하게 굳어 버린 상처를 아시냐고
팔 하나 잘린 사람이 껌을 권합니다
일금 오백원에 이해해 버린 생면 부지의 상처,
이왕이면 풍선껌이었으면 좋았을 것을

세상일들이 풍선껌만 같은 오후입니다
성미 급한 누군가가 또 밥숟갈을 집어던지는지
와장창, 한 사람이 돌아눕는 소리 들리고
누구의 생인들 시한부가 아니겠냐는 듯
미친 여자가 지나며 가볍게 미소짓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