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9일 화요일

해산(解産)

만삭(滿朔)의 봄이
대지 속에 숨어 진통을 한다.
생명의 씨앗을
잉태(孕胎)하던 날
한겨울 내내 바람의 헛구역질도
먼산의 정기로 견뎌 오던 터이다.
썩어가는 나무의 밑동을
흙으로 빚어
태동(胎動)의 밧줄에
영양분으로 들이고
감사히 받아 먹는
꿈틀거림을
탄성의 파열로
듣는다.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는
대지의 박동소리
깊은 신음으로 배를 가르고,
피터지는 초록의 동맥들
엉기듯 고여올라
틀어진 허리를
추켜 세운다.
출렁이는 하늘
아득한 헛손질로
움켜쥐다가,
문득,
바람이 멈춘다.
땅이 흔들린다.
꽃이 터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