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6일 토요일

섬, 검, 범

섬에서 섬으로
서산대사의 돌풍이 불어온다
바다에서 바다로
이순신의 호령이 들려온다
옛 난리를 물리쳤던
의병의 검劍으로 바람이 거세다
수군의 화살로
파도가 천길 높이의 절벽이다
물에서 건너온 너희들
여기 백의의 땅에
발 디디지 말라는 것 아니냐
신들 가득한 이곳을
함부로 범犯하지 말라는 것 아니냐
다가오지 말고
네 자리에서 그대로 멈추어 서라
하여 너희가 섬이다
검으로 일어난 너희들
그 알 수 없는 속이 칠흑 같아서
한밤으로 어두워서 검이다
단칼의 이빨로 물어 무너뜨릴 것이니
우리가 호랑이의 범이다
핏물 가득히 흘렀던
천川으로부터 강江으로부터
마침내 너희들 해海까지
몰래 수장시킨 역사를
온통 꺼내서 펼쳐 놓을 것이다
대사, 저 손짓 한번의 바람으로
뉘우치지 않는 너희의 가슴을 치리라
장군, 저 날카롭게 뽑아든 호령으로
너희의 섬 가라앉는 것을 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