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해 22
아버지의 참모습 / 종소리 김대우
세 살배기 아이가
집 앞에서 뒤뚱뒤뚱
재롱을 피우며 마냥 뛰어다닌다
아가야, 넌 왜 그토록
열심히 뛰어다니고 있니?
- 빨리 키가 크고 싶어서요
열다섯 살 된 소년이
학교에서 책과 씨름하며
활기차게 뛰어다닌다
소년아, 넌 왜 그토록
열심히 뛰어다니고 있니?
- 훌륭한 사람이 되려고요
서른 살이 된 청년이
콘크리트 빌딩 숲을
발바닥에 불이 나도록 뛰어다닌다
청년이요, 당신은 왜 그토록
열심히 뛰어다니고 있나요?
- 멋지게 성공하려고요
오십이 된 우리의 아버지가
세상의 돌부리에 넘어지고 깨지며
밤낮으로 뛰어다닌다
아버지요, 당신은 왜 그토록
열심히 뛰어다니고 있는지요?
- 내 사랑하는 아내와
내 사랑하는 자식들이 있는
소중한 가정을 잃지 않으려고
사·랑·해요
사·랑·해요
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