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9일 금요일

파천破天

내가 걸어가는 길
상류 어디쯤에
破天이라는 곳이 있을 게다
넘보는 지류와 몸을 섞기 전에
순결하게도 거슬러 올라가
그러니까 처음 그 순간처럼
하늘과 맞닿아 있어서
감히 손으로 건드리면
세상을 깨뜨릴 수 있다는
갈라지기 직전의
희고도 푸른 저 찰나의 시간
그곳까지 걸어가려면
가슴이 다 닳고
굳은 살이 눈에 박힐 것이다
물속에 生의 비늘이 지천이어서
날카롭게 비명 지를지 모른다
破天까지 오른다는 것은
人跡의 나를 깨뜨리는 것이다
폭포로 내가 두 동강이 나고
바위에 산산조각 박혀
부들부들 떨며 사라진다면
그리하여 하늘이 깨뜨려진다면
세찬 계곡의 물길로
검을 만들어
나를 무수하게 찌르며 나아간다
흰 피 마구 튀기며
쏜살같이 하류로 내려간다
마침내 華陽의 저 입구에서
나는 푸른 囚衣의 하늘을
몸에 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