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이 태양을 깔고 앉다.
/ 架 痕 김철현
구름이 태양을 깔고 앉아 버린 날
내 어릴 적 놀려대던 아이들에게
치마 속에 깔고 앉아 오줌을 지려 놓겠다며
으름장으로 날 지켜 주시던 어머니 생각이 난다.
머리털 다 빠질세라 하나뿐인 고무신 벗겨진 채로
자갈길을 줄행랑쳤던 그래도 희망의 태양이 있었던 시절.
빌어먹을 놈의 세상 같으니라고…….
온통 겁주는 시커먼 구름뿐이다.
태양을 깔고 앉은 으름장뿐이다.
민아네 김밥 가게 건물주인
리모델링하니까 전세 두 배 올리잔다.
두 부부 서울로 덕소로 허기진 학원 강사
딸 자식 하나 건사하기 버거운 가연이네
이십 오평 아파트 전세 이천 만원 올리란다.
그럼 일억 삼천인데…….
눈만 뜨면 집 구걸 다니는 이놈의 세상에 태양은 없고
도망갈 구멍도 없도록 푹 덮은 치마 구름뿐이다.
삼망그물처럼 무서운 구름만이
두 눈 시뻘겋게 부라리는 세상에
아직도 태양은 없다.
구름이 태양을 깔고 앉아 버린 날
월남치마 하나로도 날 지켜 주었던
어머니의 으름장이 생각나는 건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