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16일 금요일

사막이 되지 않기 위해 이희중-

우리는 더러 사막과 마주친다
그때 한 걸음을 내디디면 스스로 사막이 될 수 있다
술을 마시고 비틀거리며 혼자 밤길을 걸을 때 결국 노변에
주저앉아 꺽꺽거릴 때 자동차가 새보다 빨리 곁을 지나갈 때
믿었던 사람이 등을 보일 때 우산 없이 비를 맞을 때 느닷없
이 욕설을 들을 때 아무도 나를 보고 웃지 않고 이름을 기억
해주지 않을 때 내가 살아서 세상이 더 더러워졌다는 생각이
들 때 그럴 때 화를 내는 불길 너머로 흐르는 눈물 너머로 우
리는 사막을 본다 내디디면 누구나 곧 한 필지의 사막이 된다

누군가 그를 불러 웃어준다면 그의 이름을 기억해준다면
떠난 이 그에게 돌아온다면 그의 손을 잡고 가슴을 보여준다
면 그를 다시 길가 술집으로 데려가 함께 앉는다면 차를 세워
태운다면 우산 속으로 젖은 그를 들인다면 그가 있어 세상이
더 아름다움을 알려준다면 그 눈의 불길과 눈물을 거두어
준다면 그는 사막으로 떠나지 않고 사막이 되지 않을 것이다
더 늦기 전에 당장 오늘 누구를 위로해주지 않으면 그는
내일 사막이 될지 모른다

그가 사막이 되기 전에
내가 사막이 되지 않고 견디는 데에
그의 노래가 힘이 되었음을 전할 수 있었다면
그는 아직도 노래할까
그를 본 적도 없는 나는 오늘도
그가 남긴 푸른 노래를 들으며
사막을 아슬아슬하게 비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