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22일 목요일

소금꽃 함초

살 다 타버리고
부서져 재만 남은 마음을
서해 바다에 뿌렸더니
불꽃 같은 생이
무리 지어 함초鹹草로 피었다
가슴에 소금 가득 품은
네가 복음서 아닐까 해서
한 장 한 장 되새기며 읽는다고
너를 뜯어 입에 넣었다
혀에 입술에 닿은
너의 몸이 불길처럼 뜨겁네
맹독의 나를 없애려고
온몸에 산호꽃이 피는구나
이승의 목숨이 짧아서
개펄에 다시 지천으로 돋아난
네가 병든 세상을 치유하리라고
황록의 꽃이 피고
검은 열매가 맺혔구나
네가 어둠을 환하게 밝히는
경전의 한 구절이구나
새벽 같은 네가
구원의 기도문이구나
십자가 새겨진 함초 한 짐으로
죽었던 내가 다시 살아나네
멈추었던 피가 돌아가고
썩었던 심장이 두근두근 뛰면서
진흙을 헤치고 나오는구나
내 머리끝에서 소금꽃
함초鹹草가 잔뜩 피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