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22일 목요일

세상횟집 -이희중-

신중하게
그들은 세상을 먹는다

이미 지나간 칼날

무방비의 상태로
부드러운 세상의 살점은 그들 앞에 있다

그들은 자동문을 통해 여기까지 왔다
그들 식탁 위에는 저민 세상

서늘한 표정

가끔 그들은 손을 닦으며
세상을 컴컴한 소금물에 담근다

세상은 맛있다

먹어치운다고 세상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자장면을 다 먹어치운다고 중국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모름지기 음식은 상처 입지 않는다
다만 처지를 바꿀 뿐이다

때로 그들은 안경을 곱게 끼고 있다
세상을 먹기 전 먹는 중 먹은 후
적절하게 그들은 말을 나눈다
낮고 점잖게 그들이 말을 나눌 때 음식의 운명은 결정된다

세상횟집을 나서며
그들은 음식의 날씨에 대해
드디어 말한다 가볍게
그 말의 내용은 날씨에 따라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