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20일 금요일

완행 / 임영준

한때는 앞질러가는 이들이 부럽기도 했다
높은 곳에 먼저 올라 조소를 머금고
내려다보는 눈길들이 투지를 불러일으켜
급행으로 갈아탈까 잠시 망설이기도 했지만
그대로 눌러앉아 갈지자로 훠이훠이
할 말 다하고 트집잡히지 않고
그나마 우둔한 몸으로 한 땀 한 땀
꼼꼼히 기워나갈 수 있고
원통한 종착역이 멀리 있기도 하여
차라리 잘 되었다 생각하게 되었다
구무럭거리느라 가끔은 짓밟히기도 하지만
하마터면 흘려버릴 수도 있었을 보석들을
주렁주렁 매달고 갈 수 있어 뿌듯한
이 느긋한 완행을 타게 되어 무척 다행이다

이상교의 ´겨울 들판´ 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