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15일 목요일

암벽 소나무

솔방울 연잎 사이

어머님 품에 안겨 있었지

거센 바람 날 몰아

허공 헤매다가

날개 접고 움 튼 곳이

산새들도 멀다 하는

여기 만잠봉 긴 절벽

내 삶의 터전 됐습니다.

낭 끝에 매달려

떨어지면 죽는다

살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꼭꼭 틈새 비집고 뿌리 내렸어요.

오랜 세월

바위 틈새에 끼어

쓰라린 고통 참아내고

꽃을 피우는

이젠 으젓한 성인

자식들도 몇 살림 차려 주고

이웃 터에서 행복하게 살아갑니다.

그저 가끔씩 뿌려 준 빗물 아끼며

나는 멀리서 쳐다 보는

나를 내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