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15일 목요일

안계 가는 길

아니다 아니다
이 길 아니다 라고 하시며
재 하나 넘어갈 때마다
목을 좌우로 돌리시며
아버지 너무 멀리 돌아왔으니
안계 찾아가는 길이
그리 쉽지 않으리라고
고개를 자꾸 흔드시는 아버지
길가의 억새들도
따라서 목을 흔들고 있다
다인 지나서 안계 가는 길이
안개 자욱한 길을
헤치고 가야 하는 것이리라
남루한 생의 겉옷을 들춰내고
반추해야 할 과거가 두려운 것일까
어느새 미로가 되어버린 아버지
안계로 가는 길은
당신이 안개 속으로 사라졌다는
뜻 아닌가
아니다 아니다
내가 찾아낸 아버지가
이 딱딱한 나무토막 같은 몸
이 차가운 쇳조각 같은 정신 아니다
아니다 라며 고개를 젓는다
불시에 폭우 쏟아져
아버지 앞 강물이 넘쳐 흐른다
갑작스런 폭설 소식에
아버지 뒷산이 무너져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