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4일 일요일

그래도 너를 사랑했음에

그래도 너를 사랑했음에

/ 架 痕 김철현

유리창에 떨어지는 궂은 비는
널 떠나보내고 돌아서서 흘리던
내 눈물처럼 하루 온종일을
적시어도 달래지지 않는 설움
차라리 너 떠나기 전에 내가
먼저 널 떠날 수 있었더라면
이 아픔은 없었을 것을….

멍든 가슴은 내리는 빗물로도
흔적 가리어지지 않는 문신
초라한 내 모습은 어두워진
하늘만 쳐다보며 한숨지어보지만
여전히 웅크린 몰골로는
놓쳐버린 너를 돌아오게 하기엔
너무나 어림없는 대가인 것을….

너를 사랑함에 비를 내리 우고
네가 그리워 눈물 드리우던
너와 나의 날들은 잠들어가고
차마 목이 메어 한마디 말도
못한 채로 널 떠나보내야만 할 땐
눈물 마른 가슴에 아픔마저도
사치스러워 입술만 깨물었는데….

이젠 온종일을 울어도 더는
의미 없이 내리는 허황한 눈물이
창에 흐르는 빗물에 겨워 목젖을 당기며
무겁게 떠지는 눈앞으로
흐느적거리며 스쳐 가는 너의 모습
빗속에 흩어질 목소리만 보낸다.
너를 사랑했다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