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야
해 뜨기 전 새벽 중간쯤 희부연 어스름을 타고 낙심을 이
리처럼 깨물며, 사직공원 길을 간다. 행인도 드문 이 거리
어느 집 문밖에서 거너 살 됨직한 잠옷바람의 애딘 계집애
가 울고 잇다. 지겹도록 슬피 운다. 지겹도록 슬피 운다. 웬
일일가? 개와 큰집 대문 밖에서 유리 같은 손으로 문을 두
드리며 이 애기는 왜 울고 있을까? 오줌이나 싼 그런 벌을
받고 있는 걸까? 자주 뒤돌아보면서 나는 무심할 수가 없었
다.
아가야, 왜 우니? 이 인생의 무엇을 안다고 우니? 무슨
슬픔 당했다고, 괴로움이 얼마나 아픈가를 개쳤다고 우니?
이 새벽 정처없는 산길로 헤매어 가는 이 아저씨도 울지 않
는데......
아가야, 너에게는 그 문을 곧 열어줄 엄마손이 있겠지. 이
아저씨에게는 그런 사람이 열릴 문도 없단다. 아가야 울지
마! 이런 아저씨도 울지 않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