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6일 화요일

늑대가 있다

11월 2일 오후 6시에
인사동을 걸어가다
늑대를 만났다
벌건 대낮에는
토방 굴 속에 숨어 있다가
수상한 눈빛의 어둠이
담벼락을 기어오르기 시작하면
어슬렁 어슬렁 걸어나와
허기진 정신을 채워줄
먹이 찾아 다니는
늑대가 걸어가고 있다
밤마다
나를 뛰쳐나가려는
늑대의 울음 소리를 듣는다
그럴듯하게 탈을 쓰고
네 발로 걸어다니는
저 연약한 짐승의 목덜미를
날카로운 이빨로 물어뜯고 싶다고
숨통을 끊어 놓고 싶다고
하늘 향해 우우우 울어 젖히는
내 안의 늑대를 본다
이 거리가 예전에는
천지 사방, 모래 가득한
사막이라고 했던가
바람 사나운 황야라고 했던가
허위로 세워진 도시였고
거짓으로 꾸며진 건물이었으니
달 속으로 걸어 들어가야 할
늑대가 여기 있다
11월 2일 자정 정각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