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뜨거운 열기가 주춤 뒷걸음질치며
맹렬하게 울어대는 매미를 흔들어댄다
떠날 때가 되었다고
자리를 내어주고 가야할 때가 되었다고
오랜 시간을 기다려온 매미의 노래 소리는
어느새 슬픈 울음소리가 되어 가슴을 파고든다
어지럽게 빙글거리던 해 무리
점점이 흩어지듯 떠있던 옅은 구름
숨막히게 끓어오르는 지열
치열했던 여름의 전사들은
신선한 가을의 향기에 밀려
서서히 자신들의 흔적을 지워나간다
때에 맞춰 내리는 비는
남아있는 여름의 흔적을 지우려 함인가
미처 서운해 할 틈도 없이 뜨거운
열기를 식히기에 여념이 없다
어느새 무심한 비는
가을을 데려오는 전령사로 만
남아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