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22일 목요일

도(道)

도(道)를 도(道)라고 부르면
그것은 도(道)가 아니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도(道)를 도(道)라 부르지 않고
걸어가는 길이라고 우리가 부른다면
길, 얼마나 어여쁘고 향그러운 말인가
어머니 뱃속에서 한참을 눈을 감고 있다가
환하게 자궁이 열리는 날 나에게 나타난
무궁무진 낙원으로 가는 처음의 길
얼어붙은 대지를 뚫고 머리 내밀은
풀이 걸어가는 길
목 마른 태양이 사막 낙타를 타고
오아시스 샘물 찾아가는 길
은행나무 이파리들이 황금빛으로 변신하고
낙하하며 낯선 나라의 어느 길목을 헤매는 길
빙하로 가득한 바다의 배를
허옇게 가르며 가는 육중한 배의 길
그들은 도(道)를 도(道)라고 말하지 않고
가는 것이므로 그것이 도(道)
가르치지도 않고 배우지도 않고
길 없는 길을
그저 깨달음 없이 걸어가는 길
전날에 죽어
새로운 자리에서 새롭게 일어서야 하므로
이름 부르지 않는 도(道)의 길
봄과 여름과 가을과 겨울과
어제와 오늘과 내일과 낮과 밤이 되는 길
눈과 비가 물이 되어 섬으로 흘러가는 길
하나의 씨앗이 꽃향기가 되는 길
산을 끌고 하늘 위로 비상하는 새의 길
그들은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 가는 길이므로
도(道) 도(道)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으므로
도(道) 그 중에서 내가 너에게로 걸어가는
길이 바로 도(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