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道)를 도(道)라고 부르면
그것은 도(道)가 아니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도(道)를 도(道)라 부르지 않고
걸어가는 길이라고 우리가 부른다면
길, 얼마나 어여쁘고 향그러운 말인가
어머니 뱃속에서 한참을 눈을 감고 있다가
환하게 자궁이 열리는 날 나에게 나타난
무궁무진 낙원으로 가는 처음의 길
얼어붙은 대지를 뚫고 머리 내밀은
풀이 걸어가는 길
목 마른 태양이 사막 낙타를 타고
오아시스 샘물 찾아가는 길
은행나무 이파리들이 황금빛으로 변신하고
낙하하며 낯선 나라의 어느 길목을 헤매는 길
빙하로 가득한 바다의 배를
허옇게 가르며 가는 육중한 배의 길
그들은 도(道)를 도(道)라고 말하지 않고
가는 것이므로 그것이 도(道)
가르치지도 않고 배우지도 않고
길 없는 길을
그저 깨달음 없이 걸어가는 길
전날에 죽어
새로운 자리에서 새롭게 일어서야 하므로
이름 부르지 않는 도(道)의 길
봄과 여름과 가을과 겨울과
어제와 오늘과 내일과 낮과 밤이 되는 길
눈과 비가 물이 되어 섬으로 흘러가는 길
하나의 씨앗이 꽃향기가 되는 길
산을 끌고 하늘 위로 비상하는 새의 길
그들은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 가는 길이므로
도(道) 도(道)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으므로
도(道) 그 중에서 내가 너에게로 걸어가는
길이 바로 도(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