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23일 금요일

나처럼 [류경우]

나처럼

지은이 : 류경우
남들과 같은 옷을 입고
남들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그렇게 하루를 숨어버린 너.
머리속엔 수 많은 몽상이 가득하고
그 중에 하나를 골라
또 한번 조심스레 일상으로 끄집어낸 너.

희한하리만큼 잘 짜여 있는 도시의 구석구석을
오지삼간의 벌집통 마냥 숨막히게 출입하다
어두워진 하늘조차 힘겨워하는 넌
아홉자 방구석 안에서 소리 죽여 울고 있겠지.

자기를 죽이며 살아가는 이들이
세상의 반 이상을 채우고,
꼬리를 치켜세운 너 역시
반쯤 감긴 눈으로 태양을 외면하더니,

간간이 들리는 전동차의 쳇바퀴 소리가
너의 뇌세포를 흔들때마다
멍한 상태로 누워있는 너는
습관처럼 귀마개를 찾겠지......
나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