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23일 금요일

갈무리...

저물어 가는 저 가을의 들녘을 보라
질펀하게 너른 들에
모가지를 휘청이며
누런 머리칼을 날리는 갈대의 무리
퇴색되어 빛 바랜 가을이
소리 없이 흔드는 쓸쓸한 몸부림인가
금강의 잔잔한 물빛은
부서진 햇살들이 알알이 떨어져
보석을 박은 듯 은빛 현란하고
이름 없는 작은 마을 신성리 갈대 숲은
다부진 생명이 그대로 황홀하다
강변을 거슬러 올라
금강하구둑에 다다르면
평화로이 노니는 청둥오리 떼
서슬 퍼런 날을 세워 바람을 가르고
고고하게 날아드는 흰 빛 고니 떼
나는 그들 중 하나가 되어
물 위에 하염없이 떠있고 싶다
부시게 아름다운 가을 끝을 붙들고
갈증이 일면 물 한 모금 걱정도 없이 축이고
투명한 햇살처럼 물빛 눈망울 껌뻑이며
강물로 출렁이는 언어가 된다
저물어 가는 가을,
눈을 어지럽히는 갈대의 무리만
동공의 크기에 따라 바람에 휘청거리고
결국 이별을 고하는 갈무리여,
저물어 가는 저 가을의 들녘을 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