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23일 금요일

대하大蝦

큰 물을 건너가겠다고
갑옷을 챙겨 입었다
함부로 살 건드리지 못하게
방패와 창을 들었다
격랑의 시대와 맞서 싸우겠다고
허리 구부러지고
머리에 뿔 나고
마침내 고래등 같은 그물에 걸려
반 평의 유리집에 갇혀 있다가
불타오르는 소금밭에서
천장까지 펄떡 뛰어 오르는구나
아, 생이 온통 붉은 짐승이여
전쟁에서 진 장수처럼
자살을 택하기도 전에
목 베이는 처단이로구나
네가 물을 건너 와서
보시 같은, 적선 같은 생이
한 입 가득 크다, 위대하다, 하여
이제 내가 물을 건너갈 차례다
내 몸을 탐탐 노리는
도시의 어부들이 많아서
호랑이와 늑대와 여우에게
붙잡히지 않으려면
껍질 단단하게 무장해야겠다
내 무거운 살 덜어내고
재빨리 달아나 숨어야겠다
다른 세상의 입 속으로 들어가
불같이 타오르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