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26일 일요일

가을이면

누런 벼 포기가
바람에 흔들리고
골짜기 개옻나무 이파리가 빨갛게 물들면
나도 스스로 영겁에 욕심을 털고
가을이 된다.
모든 게 허욕에 찌든
우리가 사는 도시에
이때만큼 풍요로운 때도 없기 때문이다
또 한해의 근심도 기울어지는
산머리 노을빛도
가난하면 가난한 가슴으로 물들어
다가오는 어둠을 기다리고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밀려가기 때문이다
갈색 향한 가을에
하늘만 바라던 미류나무
그 옆에 흐르는 강 따라
조용히 우는 갈대의 흔들림
높이 올라 줄지어 날며 고향 찾는 기러기
그것은 쉬지 않고 불어대는 바람이었다.
내내 가슴에 불어대는 바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