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뉘가 쓸모 없다고
고려장 시켜놓은 것일까
손잡이 빠져버린 문짝이
담벼락에 기대어
간신히 숨을 몰아쉬고 있다
한 톨 씨앗에서부터 시작하여
어리디 어린 묘목이
아름드리 적송이 될 때까지
그의 몸에 새겨진 것은
불꽃의 낙인뿐이었다
날카로운 가시의 문신뿐이었다
혁명도 못하고
순하게 한 생 지낸 죄목이었을까
반란도 안하고
선하게 한 삶 보낸 형벌이었을까
톱으로 다리를 베고
칼로 팔을 치고
몸통만 남겨놓고 살 다듬었으니
집에 어엿한 문비 하나 세워졌다
비명질렀던 입 같은
저 문으로 숱한 세월들이
난봉꾼처럼 드나들었을 것이다
사랑을 나누려고 닫았을
생명을 얻으면서 열었을
저 문짝이 성한 곳이 전혀 없다
살도 녹고 뼈도 삭아
곰팡이꽃, 저승꽃 활짝 피었으니
무덤속에 묻히는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