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은 묶여질 때 비로소
통증 같은 숨을 왈칵 토한다
끈의 심장인 매듭,
팔딱거리는 저 생명의 밑둥에서
욕망의 묵음이 반짝거린다
세상의 흰소리 못마땅한 나는
불량스런 매듭이었다가
깊은 공중의 버그러진 영혼들 한목에
꽁꽁 묶는 아름다운 족쇄였다가
삶의 적멸보궁 같은 매듭 속에서
잠시 숨을 고른다
길은 두 갈랫길이다
한 길은 또 다른 한 길의 그리움이 되어
자꾸 뒤돌아보게 한다
너스레 떠는 한 길을 따라서 꾸깃꾸깃
나를 밀어넣는다
섬뜩하게 잘려나간 끝길에서
시름없는 매듭을 맨다
절망과 절망이 맞닿는 벼랑 끝에서
잃어버린 길이 매여지기도 한다고
달창난 끝길이 에둘러서 나를 매듭짓는다
푸른 욕망 휘휘친친 묶어서
너끈한 매듭 하나씩 풀어내는 나는 아직도
팽팽한, 누군가의 아픈 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