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22일 일요일

찬밥

도봉산 자운봉에 앉아
찬밥을 먹는다
생이 문득 식은 밥 같아서
때로는 이렇게 목이 메인다
죽처럼 술술 넘어가지 못하고
가파른 바위 고갯길에 걸려
울컥, 눈가에
이슬인지 빗물인지 매달려있다
절절 끓는 방 아랫목
이불 속에 밥 한 그릇 데워놓고
탕자 돌아오길 기다렸던
어머니, 산이 그립다
늦은 밤까지 문밖 울타리에 선
어머니의 손과 발이
북쪽 매서운 바람에 차갑다
애타는 품속이
부글부글 활화산이다
도시락만한 해가 뜨면
어제 남은 밥
돌덩어리를 씹어 녹이며
마음의 먼 바다로 흘러보내는
저 도봉산 같은 어머니
닿으면 무엇이든지 뜨거워지므로
정수리부터 발가락 끝까지
계곡의 얼음 다 녹여주고
한 걸음에 다가와
찬 밥 먹지 말아라 하면서
뜨거운 물 한 잔
건네주시는 어머니, 저 도봉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