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집
흙에서 일어난 몸이라고
가벼이 부는 바람에도
부서지기 쉬운 황토벽의 살과
진흙기둥의 뼈를 가졌다
새벽이슬에도
서까래 얹어놓은 머리가 가라앉고
가슴까지 축축하게 젖는 것이
물길 가까이 살아온 바닥의 생이라
저 발아래
뿌리가 썩어들어 가는 것이
눈에 들어와 박힌다
낡아 쓰러질 듯 위태로운 집의
나를 허물어뜨리고
쑥대밭에 화전의 불을 놓아
당신의 몸 위에
한 칸 자리 오두막 샛집을 짓겠다
억새를 베어 지붕을 놓고
꽃나무를 꺾어 창문을 만들겠다
부엌 아궁이를 들이고 발을 뻗으면
장작 한 개비 들어갈 틈도 없으니
이 집에 들어와 살 사람은
사철 옷 하나만 걸치고
세간 살이 가진 것 하나도 없겠다
달빛과 별빛만 남아 있어
여기 같이 살 것들은
숲과 하늘의 적막한 숨소리뿐이다
흙집 아래 개울 옆 우물이 차고
찬도 지천에 깔렸으니
오래 같이 살 당신의 집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