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22일 일요일

흙집

흙집

흙에서 일어난 몸이라고
가벼이 부는 바람에도
부서지기 쉬운 황토벽의 살과
진흙기둥의 뼈를 가졌다
새벽이슬에도
서까래 얹어놓은 머리가 가라앉고
가슴까지 축축하게 젖는 것이
물길 가까이 살아온 바닥의 생이라
저 발아래
뿌리가 썩어들어 가는 것이
눈에 들어와 박힌다
낡아 쓰러질 듯 위태로운 집의
나를 허물어뜨리고
쑥대밭에 화전의 불을 놓아
당신의 몸 위에
한 칸 자리 오두막 샛집을 짓겠다
억새를 베어 지붕을 놓고
꽃나무를 꺾어 창문을 만들겠다
부엌 아궁이를 들이고 발을 뻗으면
장작 한 개비 들어갈 틈도 없으니
이 집에 들어와 살 사람은
사철 옷 하나만 걸치고
세간 살이 가진 것 하나도 없겠다
달빛과 별빛만 남아 있어
여기 같이 살 것들은
숲과 하늘의 적막한 숨소리뿐이다
흙집 아래 개울 옆 우물이 차고
찬도 지천에 깔렸으니
오래 같이 살 당신의 집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