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21일 토요일

그대안에서 눈뜨는 아침 -박신석-

오늘은 그대에게 편지를 씁니다
이 아침의 만남을 수줍은 햇살의 미소를
단아한 이슬의 연주와 물오른 풀꽃의 노래를
그대에게 전합니다 그대에게 드립니다

내일은 맨 먼저 우체국에 가야겠어요
그대에게 전해 줄 편지를 쓰기 때문이지요
아직 말하지 못했지만 이제 비밀을 말하겠어요
내가 보낸 편지에는 보이지 않는 얘기가 있어요
그대의 이름 위에 몇 번이고 입맞춤을 하니까요

오늘도 그대의 사서함에 나는 첫마디를 합니다
그대는 나를 만난 듯 환하게 웃음 지을 테지요
나는 그대 기억만으로 또 다시 하루를 살고
그대 전하는 소리 고운 인사로 내일을 준비하겠어요

오늘은 햇살이 없어도 좋겠어요
구름을 헤치지 않아도 지고서 다시 뜨는 붙박이별을 보듯
그대 곁에 없어도 내 마음에 간직한 이름만으로
원색의 호흡마다 가느다란 숨결마다
떨리는 입술로 고이 모은 두 손의 기도로
내 안에 자라는 그대를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대 목소리 들리지 않아도 귓가에 쟁쟁한 것은
그대 오늘도 내 안에서 아침을 여는 까닭입니다
그대 모습 보이지 않아도 가까이 느낄 수 있는 것은
나는 오늘도 그대 안에서 처음 눈뜨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