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22일 일요일

비를 맞으며

어딘가로
떠나고 싶다는
이유로 비를 맞는다.

흐름조차 낮선 이곳에서
낮은 곳 마다않고 모여드는 지난날들
허무가 닦아질 때까지
사연마다 살아 온 세상 덮고
고만고만한 들풀들의 마음만 무거워
잎마저 처지는데
세월 가려진 이 벌판에서
지금 이 시간은 혼자 외로워도 좋다

살아온 날을 생각하며
피우지 못한
어눌한 날들이 녹녹치 못해
구천 헤매는 영혼 달래는 듯
비는 하염없이 우리가 사는 도시에 내리도
씻어주지 못할 응어리진 가난 이라면
비 맞아 처진
이파리 까지도 추수려
가녀린 꽃이라도 피워 내야 한다.

바람이 불고
먹구름이 흘러간다.
산안개 피는 숲을 넘어
다가오는 햇살이
더욱 싱그럽게
먼 산을 잡아당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