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12일 목요일

흉터

늦가을 같은 사랑을 만나
속옷까지 벗어던지자
남몰래 감추고 있었던
문신 같은 흉터가 드러났다
때때로 가슴 속으로 비가 내려
질퍽했던 진흙의 길이
딱딱하게 굳은 후에
금이 가서 갈라진 적 몇 번 있었다
등 위로 눈이 내려
빙판의 길에 미끄러졌으니
세게 부딪혀 부러진 적 몇 번 있었다
상흔뿐인 몸을
가만 가만히 덮어주겠다고
새옷 한 벌 입혀 주었다
눈 감고 한참을 안아주었다
고개 들어 바라보니
늦가을 나무들의 살점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제 몸에 상처를 내면서
세상의 흉터 가려주겠다고
털옷을 짜고 있었다
봄 올 때까지
저 나무들 흉터 오래도록 남겠다
살 가리고 한 철 살아가는 것과
살 드러내고 한 철 지내는 것과
뱃속에서 같이 나왔을 것이다
어쩌면 오래 전부터 손 맞잡고
같이 누워 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