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되면,
그 옛날,
나이, 갓스물에 온통 얼굴이 하얗고
목소리가 작은 아랫방, 순자 언니는
나무가 연둣빛 새순을 뽑아들고
영혼 같은 아지랑이, 분분히
피워 올릴 때쯤이면
자주 말없이 허공만 응시하다가
밤이 되면 지뢰 같은 아버지의 호통을 피해
목련 나무 뒤,
잎 지는 소리에 몸을 숨겼다가
어느 순간 내빼곤 했는데,
돌아서는 뒷 모습,
물방울 무늬 크게 그려진 주름치마가
나풀나풀 날아서 목련 잎에도 앉았다가
내 눈 위로도 앉았다가 꼭 나비의 날개만 같아,
아, 어지러웠다.
밤마다,
초록의 지뢰를 밟아 자폭하던 봄이
소리도 없이 꽃을 토하듯
숨소리 죽여가며 사랑을 토하던 그 시절,
생성의 계절 봄은 비틀거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