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22일 일요일

독신의 오후

폭풍을 애써 잠재운 감각을
흔들어 깨우지마세요
무덤 곁에서 늘 살랑이는 바람,
시신의 향기를 마시며 살쩌가는
독신의 오후랍니다

죽은 나비들이
어지러이 기어오르는 길목위에서
비끼듯이 흔들리는 풀섶 따라
내 인생의 길도 정해져있답니다
그 위에서 살아있는 언어를 줍는 것이
꿈이라면 꿈,

사는 것이 두렵지않았던 이들은
죽는 것도 두렵지않답니다
그러나 죽은 것들 속에서
산 것들의 입술을 다시 열게하는 것은
쉽지가 않아서 ,

오랜 침묵의 깊은 응시가
어둠의 속에서 기어이 이끌어낸
나의 쇠로 짠 그물 속
그대의 고백의 혓바닥,
비로서 나는 잠이 들 수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