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6일 금요일



<정연복 시인의 인생 시 모음>

+ 인생의 길

인생의 길은
산행(山行) 같은 것

가파른 오르막 다음에는
편안한 내리막이 있고

오르막의 길이 길면
내리막의 길도 덩달아 길어진다

그래서 인생은
그럭저럭 살아갈 만한 것

완전한 행복이나
완전한 불행은 세상에 없는 것

살아가는 일이
괴롭고 슬픈 날에는

인생의 오르막을 걷고 있다고
마음 편히 생각하라

머잖아 그 오르막의 끝에
기쁨과 행복의 길이 있음을 기억하라

내가 나를 위로하며
한 발 한 발 걸어가는

인생의 길은 그래서
알록달록 총천연색 길

오르막과 내리막이 교차하는
고달파도 고마운 길이여

오!
너와 나의 인생의 길이여
+ 인생

어차피 살아야 할
인생이라면

눈물 같은 소주를 마시며
잠시 슬픔과 벗할지언정

긴 한숨은
토하지 않기로 하자

아롱아롱 꽃잎 지고서도
참 의연한 모습의

저 나무들의 잎새들처럼
푸른빛 마음으로 살기로 하자

세월은
훠이훠이 잘도 흘러

저 잎새들도
머잖아 낙엽인 것을
+ 인생

한세월 굽이돌다 보면
눈물 흘릴 때도 있겠지

눈물이 너무 깊어
이 가슴 무너질 때도 있겠지

하지만
나는 잊지 않으리

꽃잎에 맺힌 이슬에
햇빛 한 자락 내려앉으면

그 꽃잎의 눈물이
어느새 영롱한 보석이 되듯

나의 슬픈 눈물도
마냥 길지는 아니하여

행복한 웃음의
자양분이 되리라는 것을
+ 인생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 대로

잎새들 뒤척이며
잠시 흔들리다가도

바람이 자면
저리도 잠잠히

고요의 기둥으로
서 있는 나무들

그래, 한세상
나무처럼 살다가 가자

잔잔한 일상이나
삶의 풍파 몰아치는 날에도

그저 마음의 중심 하나
꼬옥 움켜잡고

´나´라는 존재
이 광활한 우주 속에

있는 듯 없는 듯
살다가 가자
+ 인생

굽이굽이 돌아 온 인생 길에
행복과 슬픔이 아롱졌네

아!
삶은 얼마나 쉽고도 어려운 것인가

잡았다 싶으면 저 멀리 달아나는
아리송한 삶의 꼬리여.

그래도 나 이제
하나는 알 것도 같아

깊이 사랑하는 사람 하나
내 마음에 둥지를 틀면

삶은 더러 고달파도
신비한 힘이 샘솟는다는 것을.
+ 인생

되는 일 하나 없는 양
가슴 시린 날에도

지난 세월
가만히 뒤돌아보면

아니다, 아니다
그런 게 아니다.

쉰 몇 해의
꿈같이 흐른 세월 속에

다정히 내 이름 불러준
벗들은 그 얼마이며

까닭 모를 슬픔에
세상을 외면했던 내 눈에도

눈부시게 피어난
꽃들은 또 그 얼마였던가.
+ 인생

한세월 굽이굽이 돌아
어느덧 나의 생은

중천(中天)을 지나
석양으로 기울고 있어라.

구름처럼 흘러온
지난 세월에

웃음의 꽃밭 사이로
더러 눈물의 골짜기도 있었네.

이제 남은 여생
나 바라는 오직 한 가지는

육신이야 좀 해어지더라도
정신은 나날이 가벼워져

바람의 춤을 추듯
고운 노을로 뉘엿뉘엿 지는 것.

* 정연복(鄭然福): 1957년 서울 출생.
"> 김현승의 ´꿈을 생각하며´ 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