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 있는 날들 하도 많아
부정타지 않게
금빛으로 금(禁)줄 두르고
둥근 달 떠올랐으니
음력 팔월 대보름이라
오늘만큼은
아무도 미워할 수 없는 날이니
얼굴 붉게 달아오른 저 달은
아궁이 품고 있던
어머니의 풍성한 항아리 같아서
바람으로 부풀은 저 달은
소망을 담고 있던
여인의 흡족한 배 같아서
바퀴 없이 돌아가는 저 달은
해를 품고 있던
여신의 신비한 열매 같아서
바라보기만 하여도
저절로 배가 불러오는데
오늘 해산한 어미들이
온갖 젖을 꺼내 물리고 있어
은하수로 흘러가는 정(情)의
강물이 차고 넘치는 것 아니냐
보름달같이
달콤한 속 가득 들어찬
송편 하나 먹고
넉넉한 배 하나 깎아 먹었으니
한가위 오늘부터
핏물 흘리게 한 대낮도 용서하고
눈물 흘리게 한 한밤도 받아주자고
굴렁쇠 마냥 둥굴게 둥굴게
영영 같이 굴러가자고
아무도 미워할 수 없는 날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