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21일 토요일

수직의 창이 나꿔챈 언어

바다 깊숙히 잠수해서
하늘 높이 솟구치는
저 수직의 창이 나꿔챈 언어를
나는 사랑한다

잡힌 물고기는
아직 상처를 모르는,
지느라미 꿈틀댈 때마다
정오의 꽃 피우는 돌고래,

그의 눈동자는
나만 바라보고 있으므로
나는 그만을 위해
적도의 파도를 닮은 춤을 춘다

막 떨어진 망고가
굴러다니는 모래기슭,
야자수나무 곁에는
긴팔 원숭이가 걸어다닌다

몇번의 사까닥질 끝에
계단을 따라 동굴 앞에 이르고
넝쿨을 쳐낸 후 안으로 들어가면
서늘한 정기가 빛처럼 쏟아진다

이리 저리 날아다니는 반딧불,
파랗게 물이 든 나의 혼은
전생에 몇번 온 길을 더듬어
보석이 쌓인 곳을 찾는다

아, 저 빛더미.
가난한 영혼이 외로울 때마다
노래부르다 떨구어둔 저것,
해적의 유품만은 아니었다

만져도 만져도 닳지않는
불멸의 빛으로 한 구석에서
고스란히 타오르는 황홀,
선장의 눈동자만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