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21일 토요일

사랑법 -양현근-

그대가 그리운 날은
편지를 쓴다
쓰다가 찢고
또 쓰다가 찢고
문득, 책갈피에 끼워둔 사진 한 장을 생각해낸다

그대가 보고픈 날은
술을 마신다
벽장 속에 갇힌 나를 들여다보며
참 바보야, 바보야 너는,
외사랑이듯
홀수로 잔을 채운다

그리움이
제 무게로 무너지는 밤이면
겹도록 감추어 둔 웃음 한 줌 꺼내 들고
때로는
따뜻한 별의 말씨를 기억한다

이제 기약된 결빙의 시간은
질량(質量) 없는 절대한 손끝에서
파르르 떨고

그대 깃털 같은 모습에
밤새도록 뒤척이는 낱말들

멀리 날지 못하는
산새의 파닥거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