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8일 일요일

달로의 망명

나는 휴전선이 없어서
아직도 전쟁 중이다
포화에 무너진 집을 버리고
월경越境해야 하는 난민 같다
그래서 오늘은 보름이라고
달로 망명하려는 것이다
가슴 깊이 묻어둔 생의 비밀 문서를
별에게 건네주었으니
나는 나에게 배신으로 낙인 찍혔다
그림자 같은 나에게 발각될까봐
얼굴에 칼을 대고
이름도 붉은 줄을 치고
사는 곳의 지명도 삭제한 것은
꽃이 어제의 흙으로
나무는 오늘의 열매로
강물은 내일의 소나기로 변신하듯
은밀하게 숨어 살겠다는 것인데
다른 별에 살아서
그곳에 혹 꿈꾸며 원했던 정원이나
마당 너른 집 있을 것 같아
삶의 끝장을 보고 싶은 것인데
그곳에 다녀온 누구는
혹 같은 돌만 가득하다고 하다고
부서진 시체의 잔해만 쌓여 있다고
하지만 내가 가야할 곳은
보이지 않는 달의 뒷쪽이다
분화구가 깊어서
착륙한 목숨은 귀환할 수 없는 곳
오늘은 저 달로의 망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