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19일 목요일

칼날

어두워진 하늘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무척 날카롭다
혹, 빰을 베일까 두렵다고 하니
몰래 다가와
귀 밑에서부터 입가에까지
사선을 그으며 달려드는 빗줄기
바닥으로 뚝뚝 떨어지는 것이
물일까 불일까
누가 손에
목숨을 쥐고 있는 것인지
생은 늘 칼날에 가깝다
그러니 네 속의 마음을 꺼내
함부로 휘두르지 마라
네 속에 담아둔 언어를 뱉어
시퍼렇게 날 갈지 마라
감옥에 갇혀 지냈으니
오히려 고맙다고
장미 한 송이 던져라
그 꽃에 가시 있으리라
세상이 나를 미워하였으니
차라리 밤낮으로 미소 지어라
그 눈가에 뼈 있으리라
칼날을 내가 쥐고
뒤돌아 등을 보여 주며
붉게 흘린 피가 내 것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