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22일 일요일

여름 강가에서 -고은-

하늘 아래서 강은 하늘을 낳는다
여름 강가에 나가
물푸레나무 손풍금소리를 듣는다
강은 저 홀로 깊어지지 않는다
항상 저 홀로 있으나 누가 그리워하게 한다
다른 나라에서도 여기까지 온 빛과 소리
강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길이다
저마다 한 굽이 한 굽이의 歸依로서
얼마나 눈부신 잠이 되는가
이윽고 잠의 잔치인 강가에
여름의 기나긴 아름다움이여 소년이여 소녀들이여
그대들의 둘레를 거룩한 해으름 쌓이는 것은
그대들의 童貞의 타는 금빛이 강물에 실려 떠나기 때문이다
여름 강물이 이렇게 흐르듯이
이 세상 소년의 역사도 그렇게 흐를 수 있다면
이 강을 건너간 나그네들 다시 오지 않아도 된다
이 세상의 노을은 그대들의 것이며
밤이면 밤마다 새로운 별을 비춰주는 이 있으리라
하늘 아래서 강은 하늘을 낳는다
소년이여 소녀들이여 그대들의 손풍금소리
이 강은 公的으로 깊고 강 건너 그대들의 마을이
밤의 富俗 여름밤 하늘의 잔치로 드넓어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