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6일 금요일

완성(完成)

열매 다 빼앗긴
은행나무의 노란 이파리가
미련없이 땅바닥을 향해
몸을 날린다
아마, 제 살점을 뜯어내어
혈서 쓰려고 하나 보다
숨을 거두며 피로써
적어 놓은 마지막 저 글자
걸음을 멈추어 서서 읽는다
세상에 몸을 부딪혀
힘들게 그가 얻어낸 것
원하는 자
누구에게든지 다 주었으므로
자랑도 하지 않고
부끄러워 하지도 않는
삶의 문을 닫고 있다
나무 하나가
이룩해 놓은 업적으로
내 눈이 맑아지고
내 가슴이 뛰고
내 발이 가뿐해지는 것이다
그가 만든 작품으로
비로소 내가 숨쉬는 것이다
육필肉筆로 적어놓고
다시 돌아오겠다는 길로
온전하게 사라져 가는 저것을
무엇이라고 읽을까
언젠가 나도 목숨 놓으면서
몸으로 글 하나 쓰고 싶다
완성完成이라는 글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