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는 아무 표정 없이
무뚝뚝하다가도
가끔씩 웃는 얼굴이
천사같이 예쁘던 아이
그 무뚝뚝한 얼굴조차도
내가 보기엔 세상에서
제일 예쁘던 아이
이것저것 계산할 것 많은
어른들보다는
아무런 계산 없이 사는
어린이들이 좋다던 아이
결국
유치원 선생님이 되어서
어린이들하고 살던 아이
얼굴이 피곤해 보인다며
건강 조심하라는 나의 말을
가장 소중한 말로 생각하던 아이
잠이 많아 아침이면
언제나 늦잠을 자야 한다며
아침 일찍 약속하는 것을
제일 싫어하던 아이
하지만
이른 아침에 약속이 있는
날이면 밤을 새서라도
어김없이 약속을 지키던 아이
스물의 나이가 넘도록
남들 다 하는
미팅 한 번 안 해 보고
남자 친구 하나 없던 아이
자기 주위의 사람들을
위한 일이라면 항상 빠지지
않고 동참하던 아이
삼 년이랑 짧지 않은
만남을 가지는 동안에
나에게 단 한 번도 반말을
해본 적이 없는 아이
그래서인지
무척이나 가까운 사이였지만
그 이상의 감정은
생각조차 못 하게 만들던 아이
내가 하는 부탁은
모두 다 들어주며
날 도우려 무던히도 애쓰던 아이
따뜻한 듯하면서도
어느 땐 한기를 느낄 정도로
차가운 감정을 소유했던
작지만 결코 작지 않던 아이
난
바보같이
그 아이를 사랑했었다.
하지만
시작부터 될 수 없는 사랑이었기에
지금은 그저 내게
잊지 못할 첫사랑의 추억이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