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한 바람 몇 점
가을 들녘을 밟고 간다.
오후 세시 사십분의 느슨한 시간 속에
햇살에 나부끼는 잎새들은
가녀린 미소로 서로의 야윈 몸을
부디 끼고,
황금빛 들판 위엔
가을을 수확하는 농부들의
잘 여문 땀 내음이
어깨너머로 굴러오는 가난한 햇살을
즐기고 있다.
가을은
설익은 그리움들이
고추잠자리처럼 빠알갛게 익어 가는
결실의 계절.
시월 하늘 아래
장승처럼 버티고 서 있는
고목의 외로움 마냥
가을은 향수에 갈증 난
나그네의 가슴속에
촉촉한 단비를 뿌려주는
입가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