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22일 화요일

새벽 공사장 - 서동균


새벽 공사장


새벽 4시, 가리봉오거리에서 삼삼오오
얼기설기 차를 타고 온 사람들이
퉁탕퉁탕 쇠망치로 구멍을 뚫은 드럼통에
덕대에 걸린 황태 같은 장작을 모아
애면글면 불을 지핀다
옷 틈새로 파고드는 살천스런 삭풍은
낯선 얼굴들을 더욱 낯설게 만들고
공사장 구석에 버려진 면장갑은
갓밝이에 희끗희끗한 잔별로 돋아난다

딱-딱-,
깜냥깜냥이 단단한 여백을 쪼아대는 부리

멧비둘기가 알을 깨고 나오듯
오돌진 불꽃이 드럼통 위로 솟구친다
한참을 뜸들이다 목소리가 트인 명창名唱처럼
언 땅에 놓인 질통 속으로 햇살이 실리고
장작 마디마디를 태우는 불잉걸은
울림통에 주저흔을 만든다

새끼를 두고 먹이를 찾아 솟구친 난새처럼
햇귀 비치는 비계를 올라가는 사람들이
출근부에 적힌 구겨진 이름을 펴고 있다
2012년 계간 <시산맥> 봄호에서 발췌...


남궁벽의 ´별의 아픔´ 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