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13일 일요일

철관음

녹밭에서 길어 올린
나뭇잎 한 통을 건네 받았다
금빛의 등황색 문을 열고
아침으로 백자 개완 받쳐 드니
풍란의 그 여자, 꽃 향내가 아득하다
청향의 나룻배를 타고
물 건너 피안으로 건너가리라
농향의 돌계단을 밟고
불 건너 무릉도원으로 가리라
이슬의 잎에서 시작하였으니
입술이 열렸다
쇠물고기 울어대니
풍경이 출렁거려 눈이 멀었다
가야금 한 소리 하는 그 여자
절창의 향기로 귀가 먹었다
관음을 한 잔 먹어서
칼 한 자루 쥐었다
목에서부터 쟁쟁 울리는 소리로
살 떨어져 나가고 피 흘러 나오고
저 향기를 좇아가느라
숨이 콱 막혔다
머리끝으로 벼락이 떨어졌으니
절정의 산위에 섰다
절명의 무덤속에 누웠다
꿈길처럼 눈 앞에 보이는
소복의 저 여인이 손을 잡아 끈다
관음의 향기가 백지처럼 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