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에 내몰려
밥도 굶고 일하는 날에
아내는 내게 전화로
좋아하는 위스키
사다 놓았으니 얼른 오란다
하던 일 접고
보름달 보며 집에 오니
공부에 파묻힌 딸내미가
병모양이 이쁘다 제방에 놓았단다
그 녀석 들여다 보며
마음으로 몇번이나 취했을까
아내는
술병을 빼앗듯 들고 나오며
어제 안 사왔다고 삐지지 말라
큰 잔에 딸아주고는
옆에서 호박씨를 깠다
가게서 마시면
세곱 네곱을 주어야 하는 술
한잔 두잔 마시고 나니
십년전
다슬이가 집에 놀러와 하던 말로
아내는 내게 속삭인다
˝조금씩 먹어야 이뻐한다.˝
뿜을 듯 술잔을 내려놓고
난 아내가 마련한 잠자리에서
잠을 청하였다
보름달을 불침번 세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