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7일 월요일

운/명/같/은/사/람


운/명/같/은/사/람
막연한 생각뿐이지만 그렇게 멀지 않은 기다림이고 싶습니다

내가 모르는 어디쯤에서 미리 정한 우연처럼 맞이할 사람

그 사람은 저기 길모퉁이에 서 있는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습관처럼 자주 대하는 사람 속에 있지만 내가 미처 알아보지 못했을 뿐

문득 그리움이 되어버리는 그런 사람일런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습니다.

시인의 말은 모르나 시인의 고독을 사랑하는 사람

모차르트를 좋아하지만 가끔씩 소양강 처녀를 즐겨 부르고

셰익스피어를 좋아하지만 내가 읽는 만화책에도 재미있어합니다

그는 장난스런 웃음과 분위기 있는 미소를 구별할 줄 알고,

밉스런 농담과 고마운 충고를 나누어 얘기할 줄도 압니다

그에게는 남다른 욕심은 없으나 사랑을 위한 욕심에는 남 못지 않고,

언제나 자신의 커다란 아픔을 견디어 내면서도

나의 슬픔에 먼저 귀 기울여 상심의 눈물을 닦아줍니다

세상을 배우려 하되 세상에 닮지 않으려 하고 시간을 계획하되

시간처럼 쉽게 변하려 하지 않은 사람

아마도 그는 지금의 나와 비슷한 외로움을 들고 자기 나름대로의 길을 가고 있겠지만

노을 저편 어디쯤에서 오랜 나를 기다리며 그리움의 이삭을 줍고 있을 것입니다

운명을 믿지 않는 나에게 운명 같은 그 사람은...
-백승우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