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4일 금요일

보시(布施)

십여 개월을, 어머니
자궁속에서 한 땀 한 땀
곱게 바느질을 하여
나를 만들었다고 하셨으니
이제 손 뻗으면 닿을
지명知命의 내가 할 일이라고는
새의 조장으로
물의 수장으로
바람의 풍장으로
몸을 바꿔주는 일만 남았다
더욱 붉은 꽃잎을 위하여
더욱 알찬 열매를 위하여
내 살의 씨로
내 뼈의 씨로
푸른 싹을 틔우는 일만 남았다
내 존재를 무덤에 묻고
내 이름에 두 줄을 긋고
원하는 것들마다
몸을 허락하는 일만 남았다
두터운 껍질 벗었으니
빛갈과 향기만 지닌 채
넋으로 혼으로 떠도는 것이다
세상이 나를 먹여살렸으니
온전하게 게워내는 일이다
다 주고 가는 것이 옳다
사방의 주머니를 뒤져보아
가진 것이 없으니
그냥 통째로
몸 주어야 한다는 일이다
그냥 몸으로 보시布施하고 가는
그것이 백 번 옳다